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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사람과 사람 사이

새학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이제 정식 교사로 교육청에 등록되었다.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도 변함이 없다. '정교사가 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나이 한 살 더먹었으니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었는데 상황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사회생활의 어려움이란 이런 것들 때문이었을까. 내가 워낙 소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교사라는 직업은 나에게 참 어울리는 직업이자 즐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나 홀로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모로 피곤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

몇 안되는 사람들이 수없이 얽혀있는 이 공간에서 나는 어떻게 자리매김해야할까.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싫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싫지만 나에 대한 소문을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는 것도 굉장히 싫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

나는 좀 더 야무져야할까?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이 곳에서 생활하다보니 나를 박쥐인간으로 보진 않을까 걱정될 때도 있다. 싫은 사람에게 화를 내고, 좋은 사람에게 웃음을 던지고 싶지만 나는 아직 모두에게 하하,호호 웃고만 지낸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고, 그것이 지난 일 년간의 짤막한 경험을 통해 얻어낸 생존전략이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데 누구에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좁은 공간에서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보여도 좋을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그들도 내게 다가와주면 좋으련만 어느샌가 저만치 떨어져있다. 가장 친한 척 하는 사람과는 그닥 친하고 싶지 않고 마음 속 이야기들을 털어내어도 좋을성 싶은 사람은 때때로 멀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친구와 애인, 가족이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원래 복잡한 사람이 아닌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