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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업사이드인가 오프사이드인가

지난  금요일에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축구 시합을 했다. 교직원 축구대회였는데 중고등학교 때 벤치파였던 나는 팀 전력에 방해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인원이 모자란다는 말에 경기장으로 향했다.

깨끗하고 넓은 잔디구장이 있는 그 학교가 참 부러웠다. 우리도 저런 운동장 있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도 잠시. 일단 주전 선수가 확정되고 난 다른 선생님들 몇 분과 벤치에서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나보고 '선심'을 보라고 하더라. 할 줄 모른다고 했으나 공 잘 보고 있다가 오프사이드일 때 깃발만 들어주면 된단다. 오프사이드가 뭔지는 알고 있었으니까 쭈뼛쭈뼛해하면서 경기장 라인을 서성대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끝난 휴식 시간, 저 멀리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자꾸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시는 것이 아닌가.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프사이드가 수십 번 있었는데 내가 한 번도 깃발을 안들었단다;;; 아이, 차암.. ㅜ_ㅜ

결과는 2:0으로 패.
오프사이드 판정 못했다고 모든 선생님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어쨌든 즐겁게 공 한 번 찼으니 됐다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고 맥주로 살짝 입가심도 좀 했고.

이제 근 20여 년 동안 나와 거리가 멀었던 운동과 좀 친해져 봐야겠다. 우선 야구, 축구, 농구 중계방송부터 좀 챙겨봐야지. 매주 수요일에 선생님들끼리 농구를 하고 있고, 시험기간에는 야구를 하는데 영 맥이 빠져서 안 되겠더라. 지금부터 한다고 운동신경이 얼마나 길러질런지는 모르겠지만. 쩝.


+ 에피소드 하나.
"우와!! 키퍼, 포쓰 쩔어! 무서워서 슛 하겠냐?!"
경기장에서 선심으로 활약(!)중일 때, 옆에 서 있던 상대방 학교의 학생들이 내뱉던 말. 우리 학교에서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 골키퍼였다. 머리는 삭발. 수염 살짝 기르시고 몸매 땅땅하신 체육 선생님. 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