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결혼을 했다. 온갖 일을 치르고나니 이제 나도 어른인가 싶기도 하다. 먼저 해본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 전까진 아직 어른 취급 받을 생각은 말라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뭔가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밥을 해먹을 사람이 있어서 즐겁고 유쾌하다.
이렇게 차려 먹었다. 심지어 아침마저도 챙겨 먹었다. 샐러드와 함께.
양가에서 주신 반찬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내가 특별히 만들어준 메추리알 조림이 제일 맛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특별 소스를 얹어 구워준 한우 등심 구이. 그리고 깔끔한 월남쌈까지.
아내는 결국 손까지 베어버렸다. 피가 잘 멎지 않아서 결국 병원에 가 꿰맸다.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맛난 음식은 계속 차려졌다. 이제 나도 콩나물국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먹어보지 않고서는 저 맛을 모른다. 특제 소스에 살살 녹아나는 살점들.
내가 고기를 좋아해서 아내는 고기 요리를 많이 해준다. 맛깔난 닭고기 탕수육.
이렇게 다양한 레시피를 참고하기도 하고, 장볼 목록을 작성하기도 한다. 그러고나면,
이렇게 맛있고 예쁜 먹을 거리가 눈 앞에 나타난다.
연어 스테이크를 안주삼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일 때, 새로운 기쁨이 솟아난다.
지난 주말에 해준 냉우동 샐러드. 상큼하고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나는 열심히 잘 먹었고, 다 먹고나면 설거지도 깨끗하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정돈한다. 아, 물론 때가 되면 분리수거를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같이 살면 불편한 일이 훨씬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그저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 때때로 결혼으로 인해 내 사랑하는 이에게 원치 않는 굴레를 씌우게 된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할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결혼하면 남자는 무조건 이익이고, 여자는 무조건 손해라던데 일단 나는 이익인 게 맞는 것 같고, 최소한 나의 아내가 나 때문에 손해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