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교기념일. 그 동안 미뤄왔던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 전철역이 한 번에 연결되어 있어서 강남구청으로 갔다. 아내의 신분증만 들고 갔는데 혼인신고서만 작성하고 별다른 절차 없이 끝났다. 몇 쌍의 부부가 앞서 혼인신고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가며 신고서를 다 작성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예쁜 창구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주더니, '끝났다'고 했다. 그게 끝이라니. 아니, 이건 간단하다못해 허무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제 '대한민국 리갈 커플'인데 이럴수가. 나는 쪽지 한 장이라도 주는 줄 알았다. 아니 뭐 어느 구청에서는 태극기도 준다더만...
기분이 참 묘했다. 결혼식도 했고, 신혼여행도 다녀왔고, 이미 몇 달을 함께 살았는데도 참 기분이 묘했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고, 답장이 왔다. 알싸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집으로 오는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