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치며 부대끼며

아직(?)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주 글을 올리진 않아도 문득 생각나는 게 이 블로그다. 대학 신입생 때, 과제로 만들었던 홈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된 인터넷에 남긴 내 흔적들은 여러 단계를 지나 지금 여기까지왔다. 안타까운 일들로 인해 초반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지만 아직 이곳은 나만의 일기장이자 온라인 창고로 남아있다. 


제대할 무렵이던 10년 전, 아니 불과 5년여 전만 하더라도 블로그라는 툴은 꽤나 각광받았다. 하지만 그 동안  여러가지 SNS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 블로그는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낯선 이들과 블로그를 통해 주고받던 댓글의 재미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 가장 아쉽다. 글도 잘 올리지 않고 그나마 몇몇 알던 곳도 찾아가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제는 그 빈 자리를 다른 서비스들이 채우고 있는 것 같다.


허나 일상의 파편들을 올리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고, 단편적인 모습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그닥 유쾌한 경험은 아닌데다가 오프라인에서의 사생활은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나는 블로그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온라인의 올돌이와 오프라인의 아무개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굳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다양한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즐거운 경험들을 공유하곤 했다.


오랜만에 댓글이 있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에 확인해보니 스팸댓글이었다. 이제는 스팸댓글이라도 반가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구글 리더가 폐쇄될 거란 소식이 들린 이후로 결국 온라인에서 지속된 경험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씁쓸했던 적이 있다.


이익이 되지 않는 한, 온라인의 온기는 언제나 사그라들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지냈다. 지금의 아쉬움마저 사그라들기 전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누구에게 읽히든, 읽히지 않든 여긴 꽤 소중한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