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고백하던 날, 그녀는 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곁눈질로 저를 힐끔 보고는 수줍게 웃고만 있었습니다. 얼굴이 발개진 그녀를 저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뻤습니다. 아니 여전히 예쁩니다. 친구들은 저와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키도 작고, 눈도 작고, 심지어 가슴도 작아서 쓸데없이 높기만한 제 눈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제게 너무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한겨울을 견디어낸 가지 끝에서 새 잎이 나는 것처럼 저는 제 삶에 새로운 기운이 불어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녀가 제 곁에 있었으니까요. 왜 그렇게 좋아했냐고, 뭐가 그리 좋았느냐고 따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늘 그렇듯이 그냥 웃고 맙니다.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그저 좋았다는 기억 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단풍나무인지도 몰라."
어느 가을날, 함께 길을 걷던 그녀가 툭 던진 말이었습니다. 제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녀는 살며시 제 손을 놓고 한 발자욱 앞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 물어볼 수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현명한 사람이었고, 저는 그녀의 농담조차도 한 박자 늦게 알아채는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 날도 그냥 그렇게 조용히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까요. 그녀는 저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비로소 저는 단풍잎 운운하던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가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사철나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단풍나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서운 겨울이 왔을 때, 저는 오히려 우리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체념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뻤습니다. 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피어오르곤 합니다. 아지랑이 속의 그녀는 여전히 예쁘기만 합니다. 제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 속의 그녀는 그저 수줍게 웃음짓는 모습 뿐이거든요.
친구들은 '당했다', '배신', '나쁜', '간사한' 등등의 말을 써가며 저를 위로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친구들은 그녀의 진심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끝끝내 그녀가 진심을 말해주지 않는다해도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틀림없이 저를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하고 있었을 겁니다.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날입니다. 그녀는 신랑감도 잘 골랐다고 하던데, 날도 잘 골랐습니다. 오랜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네요. 그녀를 만나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재준이는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녀는 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녀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일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랜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니까요.
이제는 희미해진 그녀의 진심이지만 저는 아마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저도 해보았다는 기억은 참으로 가슴뿌듯합니다. 화창했던 그 날, 그녀의 눈물을 저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입니다. 집착과 회한으로 얽혀 제 발목을 움켜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온기어린 열정으로 남아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보다 따스한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해줄테니까요.
고맙습니다. 당신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녀는 예뻤습니다. 아니 여전히 예쁩니다. 친구들은 저와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키도 작고, 눈도 작고, 심지어 가슴도 작아서 쓸데없이 높기만한 제 눈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제게 너무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한겨울을 견디어낸 가지 끝에서 새 잎이 나는 것처럼 저는 제 삶에 새로운 기운이 불어오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녀가 제 곁에 있었으니까요. 왜 그렇게 좋아했냐고, 뭐가 그리 좋았느냐고 따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 늘 그렇듯이 그냥 웃고 맙니다.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그저 좋았다는 기억 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단풍나무인지도 몰라."
어느 가을날, 함께 길을 걷던 그녀가 툭 던진 말이었습니다. 제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녀는 살며시 제 손을 놓고 한 발자욱 앞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게 물어볼 수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현명한 사람이었고, 저는 그녀의 농담조차도 한 박자 늦게 알아채는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 날도 그냥 그렇게 조용히 따라가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테니까요. 그녀는 저처럼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비로소 저는 단풍잎 운운하던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가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사철나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단풍나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서운 겨울이 왔을 때, 저는 오히려 우리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체념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뻤습니다. 그녀와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조금씩 조금씩 피어오르곤 합니다. 아지랑이 속의 그녀는 여전히 예쁘기만 합니다. 제 귀에 들려오는 그녀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 속의 그녀는 그저 수줍게 웃음짓는 모습 뿐이거든요.
친구들은 '당했다', '배신', '나쁜', '간사한' 등등의 말을 써가며 저를 위로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친구들은 그녀의 진심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끝끝내 그녀가 진심을 말해주지 않는다해도 저는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틀림없이 저를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하고 있었을 겁니다.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날입니다. 그녀는 신랑감도 잘 골랐다고 하던데, 날도 잘 골랐습니다. 오랜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네요. 그녀를 만나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재준이는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녀는 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녀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일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랜 장마가 끝나고 간만에 날씨가 화창한 주말이니까요.
이제는 희미해진 그녀의 진심이지만 저는 아마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그런 열정적인 사랑을 저도 해보았다는 기억은 참으로 가슴뿌듯합니다. 화창했던 그 날, 그녀의 눈물을 저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입니다. 집착과 회한으로 얽혀 제 발목을 움켜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온기어린 열정으로 남아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보다 따스한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해줄테니까요.
고맙습니다. 당신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