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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제주 감귤 초콜릿은 제주도산이 아니다?

+설악산의 하르방 by 복숭아

작년 여름,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나와 함께 쓰레기장에서 함께 땀흘리며 악취를 나누던 학생들 중에 나를 잘 따르는 그 여학생도 2학년이었다. 며칠 뒤 담임 선생님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도 슬쩍 부러운 생각이 들 즈음, 그 여학생이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름하야 "제주 감귤 초콜릿".

부모님께선 분명 내가 5살 때 제주도를 데려갔다고 주장하시며 증거사진도 제시해주셨지만 내 머릿 속의 제주도는 아직 환상의 섬이다. 삼다도라 삼다수~라는 라디오 광고를 들으며 삼다수 한 잔을 기울이노라면 내 눈 앞엔 오색창연한 바다와 그림 같은 섬이 늘어서 있곤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의 제주도다.

하여 상자를 받아들고서 잠시 감개무량하였다. 바로 그 섬, 제주도에서 나를 생각하여 초콜릿 한 상자를 사다주다니. 아주 많이 기뻤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와! 나주려고 사온거야? 와! 고맙다!"정도로 마무리했었다. 주위 선생님들께 자랑만 실컷 하고 고이 집으로 모셔와서 한 조각씩 아껴먹었다. 맛도 좋았지만 그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무척 고마웠다.

그러다 몇 주 전 우연히 동네 편의점에서 똑같은 상자를 발견했다. 하긴 요즘 시대에 이름난 특산품을 서울에서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서도 마음 한 켠에 슬쩍 의심이 든 건 사실이다. '설마 학교 앞 마트에서?'... 하지만 이내 그 여학생의 맑디 맑은 목소리와 약간은 수줍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래, 어디에서 샀는지 그게 뭐 대수냐. 날 위해 사다줬다는 거 하나 만으로 그 초콜릿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이 되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잠시 찾아보니 제주도청에서도 제주 감귤 초콜릿은 제주도의 특산품이 아니란다. 이런 걸로 도청에 문의하는 사람들이 곧 내 제자들의 부모라니 똥꼬에 힘이 좀 들어간다)

요즘에서야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설악산에서 사왔던 '에델바이스 등산 뱃지'를 조용히 웃으며 받아주시던 울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