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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내 나이가 그렇게도 궁금하더냐

새학기가 시작된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어느새 익숙해진 1학년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가다가 순한 웃음을 마주대하면 괜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환해집니다. (1학년 아이들이 제일 인사를 잘합니다. 3학년 녀석들 중에는 끝까지 모른척하고 지나가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런 녀석들은 붙잡고 때려줍니다.)

1학년 아이들도 이제 드.디.어. 제 나이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대답은 작년과 토씨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나이, 방년 26세. 대학 때 공부를 잘해서 조기졸업했다."

남교사 중에 가장 막내라는 사실은 때로는 약으로, 때로는 독으로 작용하더군요. 친근함과 함께 "말 통하는 우리 선생님"이 되는가하면 "형뻘되는 만만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저와 10살 이상 차이나는 녀석들에게 그들만의 용어를 섞은 유머가 통하는걸 보면 아직은 소통이 가능한가봅니다. 교무실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선생님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한 발짝 다가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건 새로운 값진 경험입니다. 다만 녀석들의 이런 "친근함"이 정신적인 미성숙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일말의 염려가 남긴 하네요.

오늘도 26살 꽃다운 국어샘은 잘생긴 외모와 팽팽한 피부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녀석들은 고래고래 아우성을 쳤습니다. 따뜻한 봄햇살이 슬금슬금 교실에도 비춰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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