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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평등하게 바라보기

음식이라는 것은 만드는 사람의 실력은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맛을 보는데는 차이가 없다. 그렇게 평등한 것이 맛이야!
그러니 앞으로는 음식에 대해서 나는 물론이고 저 끝의 생각시까지
모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여 서로 자극을 주고 발전하도록 하라!
모두들 노력하여 실력을 쌓는 사람에게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기회를 줄 것이다. 알았느냐?

- 정상궁 마마님, <대장금>

정상궁 마마님의 가르침이 새롭게 다가온 요즘이다. 학교성적이라는 것은 부모의 재력과 관심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학생 개인의 인격적 성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히고 곧이어 질 나쁜 아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질 수 없고 그닥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는 더욱 악화되고 있을 뿐...)

한 반에 약 35명씩 학 학년에 10개반, 대략 400여명 되는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제시할 수 있는 잣대는 무엇인가.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아이들이 서로에게 자극받고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을 나는 찾아낼 수 있을까. 결국 "아름답게 살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일까.

3월초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 녀석은 이제 교무실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생각이 없는건지, 생각하기를 싫어하는지 모를 그 녀석을 보며 나는 처음부터 나도 모르는 낙인을 찍고 있었나보다. 매 수업 때마다 그 녀석을 보며 참 많이 참고 있다. 아마 나에게 듣는 잔소리와 비슷한 잔소리를 하루에도 수백번씩 듣고 있을게다. 그걸 생각하면 어떻게든 또 녀석을 달래서 책을 펴고 필기구를 손에 쥐게 만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옆 반의 한 녀석도 유난히 튀는 녀석이 있는데 내가 몇 마디 답해주는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좀 꺼리는 표정을 짓더라도 부러 가끔은 그 녀석에게 질문을 해본다. 안드로메다 성인의 말도 그 녀석의 말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긴 해도 씨익 한 번 웃어준다. "그래, 네 말도 맞긴 한데 그건 좀 아니다, 임마." 그래도 좋~단다. 녀석은 내 보충 수업 때도 실컷 노는 줄 알았는데 다음 번에 또 내 수업을 듣겠단다. 좋아해야할지, 걱정을 해야할지...

요즘 녀석들이 책을 펴고 꽤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나로선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또 하나, 그 중 한 녀석의 글씨가 정말 멋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잘쓰더라. "이 녀석이 보긴 이래도 글씨는 장난 아니게 잘써. 알아?"라고 반 아이들에게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무덤덤했지만 녀석은 꽤 기분이 좋았나보더라.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한 시선을 나누어줄 수 있는 것, 아니 나누어야 하는 것이 교사가 가져야할 책임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득 내 눈빛 하나에 울고 웃는 녀석들을 보면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지만 그 녀석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 작은 빛이 날 때, 내 가슴에도 살짝 따스한 기운이 스민다.

이제 좀 봄이 오려나 보다.
오늘도 그 녀석은 되게 졸게 생겼다.
날씨 참 좋다...

+ 여친이 대장금을 참 좋아한다. 대본을 구해서 읽을 정도인지라 나도 다시 읽어보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