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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딸 같은 아들

나는 우리 아부지를 많이 닮았다. 닮고 싶지 않은 것도 많은데 남들은 천상 부자지간이랜다.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다. 그리고 소심하다. 오늘은 간만에 족발에 소주 한 잔 기울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도원에 간 동생 이야기를 하며 온 식구가 눈물을 죽죽 짜냈다. 한참을 펑펑 쏟아내고는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워물었다. 그래, 지금 우리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나다. 나라도 기운내야하지 않겠나. 야밤에 담배 한 개비 훌쩍훌쩍 피워대고 있자니 눈물먹은 별도 별사탕같더라. 아부지의 등짝을 냅다 치면서 "에구, 울아부지 왜이렇게 약해요"했더니 또 울먹이시며 "지는?! 지도 강한 척 하면서..."라며 벌개진 두 눈으로 쏘아보셨다.

언제부터인가 울아빠, 울아부지, 우리 아버지의 어깨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과 세상에서 제일 여린 사람의 괴리를 어느새 해소해버린 존재. 그 곁에서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나보다. 울아부지 소원대로 이제 딸자식 노릇 좀 해봐야겠다. 설령 내게 성정체성의 혼란이 올지언정... (아직도 울아부지는 "애교는 딸이 부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근데 왜 내게 그런 것을 바라시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