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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만인의 연인

오늘 수업을 하다가 잡담을 하던 중 (보통 50분 수업에 1,2번 정도 잡담을 하게 된다. 녀석들의 최대 집중 시간이 20여분 남짓이라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 얼마 전에 여친이랑 1년되셨죠?"
"야, 그래서 지난 번에 1주년 기념으로 바다갔다 오신거잖아."

내가 도대체 녀석들에게 어디까지 얘기를 한걸까. 지나가다 우연히 여친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자친구에게는 이미 학교에서 쏠쏠히 우리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두긴 했는데 이 정도였을 줄이야. 민망해서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사실 50분 내내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20분 정도 수업을 하면 한번쯤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 수업 때마다 자연스럽게 농담을 이끌어내거나 다른 활동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하나둘씩 엎어져버리는 녀석들을 보게 될때면 슬쩍 여자친구 얘기를 하면서 농담 한 마디 던지곤 했던 것이다.

이제는 조금 자제를 해야할 듯 싶다. 나도 모르게 조금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다행스럽게도 다들 착하고 귀여운 학생들이라 크게 마음 쓸 일은 없지만 내 여친이 만인의 여친이 될 순 없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