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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학생부로 와서 불어!

요즘 우리 학교 학생부에서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남여 학생 십여명이 주욱 줄을 서서 손가락 하나 정도만한 종이 막대를 하나씩 들고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흡.연.측.정!

얼마전 학교에서 흡연측정기를 한 대 장만했다. 종이막대(마우스피스)를 끼우고 숨을 한 번 크게 훅~ 불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표시되어 흡연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대상 학생은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려서 처벌받은 적이 있는 학생과 금연을 신청한 학생인데 매일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한 번씩 '불고' 간다.

확실히 흡연측정기를 구입한 뒤로 학생부 선생님들이 금연 지도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는 "너, 담배 피웠지?"라고 윽박지르는 게 전부였으나 요즘은 큰 소리낼 필요도 없다. "한 번 불어 보고 가라." 이 한 마디면 끝. 안 피운 학생은 안 피운 학생대로 억울하게 취조(?!)당하지 않아서 좋고, 피운 학생들은 피운 학생들대로 발뺌할 수 없어서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제품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자기 예상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억울하다고 난리를 치던 녀석들도 매일 수치를 확인하다보니 수긍을 하고 실제로 담배도 덜 피우게 된다. 수치를 떨어뜨리려면 은단을 먹고 불면 된다는 둥, 우유를 마시면 된다는 둥 희한한 소리를 헤대길래 혹시나 싶어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그런 질문들이 꽤 올라와 있더라. (흡연측정기 안걸리는 법) 답변이랍시고 달려있는 것들 중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우욱 불어야하기 때문에 숨을 참고 내뱉기도 힘들고, 음식이나 기타 다른 섭취물 때문에 수치에 영향을 받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기계 1대가 2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기왕 구입한 거, 학생들이 금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실 발뺌을 할 수가 없으므로 끊지 않고는 못배김. 월요일 아침에 수치가 특히 높은 학생에게 주말에 몇 대 피웠느냐고 물어보면 99% 1대 이상 피웠다고 한다. 내가 학생이면 차라리 안피우고 말겠다.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