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답게 놀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사설시조 얼마 전 수업시간에 문득 교수님께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책으로 읽든, 영화로 보든 꼭 한 번 보고 수업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사설시조 작품 중에는 부도덕한 관계의 남녀간의 애욕이나 성적 흥미거리를 주제로 삼고 있는 것들이 꽤 있는데 그것과 연관지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지겠지만, 오늘 교수님이 던지신 몇 가지 질문은 지금 이 순간까지 꽤 오래 머리 속에 남아있다. "부도덕한 남녀 관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아름다운 사랑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관계에서만 성립하는가." "부도덕한 남녀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표현될 때 예술작품이 되는가." "예술작품에서는 왜 윤리/도덕에 벗어나는 상황이 주제가 되는가...
성춘향, "나도 성깔있소!" 파문 춘향의 정절이야 익히 소문난 바 있으나, 그녀가 몽룡과 놀아날 당시, 이팔십육세 한창 혈기왕성할 때였고, '춘향이는 다소곳하니, 늘 과묵하며 차분할 것이다'라는 항간의 소문을 잠재울 만한 소식이 있으니, 이몽룡이 한양으로 올라간단 말을 듣고 묵혀둔 성깔이 폭발한 사건이다. 이후 대목은 민음사 [춘향전]에서 발췌. (몽룡에게 이별의 말을 듣고) 춘향이 이 말을 듣더니 별안간 얼굴색을 바꾸며 안절부절이라. 붉으락 푸르락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이 꼿꼿하여지면서 코가 벌렁벌렁하며 이를 뽀드득뽀드득 갈며, 온몸을 수수잎 틀 듯하고 매가 꿩을 꿰 차는 듯하고 앉더니, "허허, 이게 웬 말이오." 왈칵 뛰어 달려들며 치맛자락도 와드득 좌르륵 찢어 버리고 머리도 와드득 쥐어뜯어 싹싹 비벼 도련님 앞에다 던지면서, "무..
누가 춘향전을 모함했나! 이번 학기 강독 수업을 통해 여러 가지 고전 소설들을 원문으로 읽어보고 있다. 한문 소설은 한자를 하나씩 찾아봐야하는 나름의 고통(!)이 따르지만, 홍길동전과 춘향전 등 익히 들어서 줄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우리의 옛 소설들을 다시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요즘은 춘향전 완판 84장본(=열녀춘향수절가)를 읽고 있는데 한 쪽, 한 쪽 넘길 때마다 울고, 웃으며 똥꼬에 털났는지 확인하기 바쁘다. 무릇 소설은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그 문체나 표현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마련이다. 고전 소설들도 예외는 아닌데, 특히 "춘향전" 같은 판소리계 소설의 경우는 그 낱말이나 비유 하나하나가 맛깔스런 창란젓마냥 입에 척척 들러붙는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시험 때문에 읽게 된 춘향전이지만..
달밤... 그 여유로움.... 달 밤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날 밤이었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웃마을 김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 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
그는 부끄러웠다... 그녀는? 고개 마루턱에 방석 소나무가 하나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 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는 여름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 오면 한 번씩은 이 집을 찾는다. 이 집에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열세 살 되는 누이뻘 되는 소녀가 있었다. 실상 촌수를 따져 가며 통내외까지 할 절척(切戚)도 아니지만, 서로 가깝게 지내는 터수라, 내가 가면 여간 반가워하지 아니했고, 으레 그 소녀를 오빠가 왔다고 불러내어 인사를 시키곤 했다. 소녀의 몸매며 옷매무새는 제법 색시꼴이 박히어 가기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시골서 좀 범절 있다는 가정에서는 열 살만 되면 벌써 ..
女子에게 少年은 부담스럽다 아직도 십센티는 더 클 것 같은 소년 유지태가 이제는 사랑을 조롱할 수도 있을 만큼 농익을 대로 농익은 여자 이영애와 커플이 되어서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처음부터 나는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둘은 헤어졌다. 다행..이다. 한때는 상우처럼, 지금은 은수처럼. 이제는 기억도 아련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때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영화의 상우 같았었다. 그처럼 유머를 모르고 눈치없고, 맹목적이고 답답했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 하나. 비 오는 날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그의 집 창문 앞에서 오기를 부리며 떨고 있던 내 모습. 그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은수처럼 표독(?)했었다. 꽁꽁 언 발을 번연히 보면서도 그는 끝끝내 ..